군대는 대체 무엇하는 곳인가? [장희민씨 논란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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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희민씨의 EBS방송중 군대 및 남성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같으면 이정도 대 사건에 대하여 당연히 나도 포스팅을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기로 했었다.

예정된 수순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장희민과 관련된 각종 사이트, 학교 홈페이지, 싸이월드가 해킹되어 장희민씨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할 것이고 네티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녀를 비난하여 고립된 그녀가 구석으로 몰리게 된다.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거나 심한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보통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어느 정도 유형화된 프로토콜이다. (참으로 잔인하게도 말이다.)


궂이 내가 여기에 동참하여 이러한 예정된 수순을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또 실제로 내가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예감했던 불편한 미래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장희민 씨를 책망하는 글을 보탤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장희민씨 이외에도 군에 대하여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직 어린 친구들이나 일부의 여성분들께

군에 대한 오해를 조금 풀어보고자 관련된 포스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를 위하여 군대는 존재하는가.



첫번째, 누구를 위하여 군대는 존재하는가이다. 


필자가 군대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이병(짝대기 하나)이었고, 우리 중대에는 내 동기가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있었다.  (나중에 동기 한명이 더 전입왔다.)

 그 중 한 녀석의 이야기이다. 당시 이병이라 중대 실정도 잘 모르고 하루하루 불안과 공포속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였기에 나는 그녀석과 대화도 마음껏 나눌 수 없었다.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는 이녀석이 평소와 달리 더 의기소침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이녀석 우리 내무실은 아니었지만 작업하러 왔다갔다 하면서 마주쳤을 때 녀석의 눈빛을 보고 느꼈다.) 

 저녁 무렵에 녀석을 몰래 불러내었다. 사람이 없는곳에서 녀석과 이야기를 나눴다.

 
"야. 너 무슨일 있냐? 왜그래 임마?"

"..."

"새끼야 동기끼리 비밀이 어딨어. 시원하게 싸질러봐!"
(사회 나이로는 내가 녀석보다 한살 위였다.)

"나 여자친구한테 차였다."

"... 그래서 뭐.. 이새끼야 제대하면 다른여자 또 만날 수 있어. 세상에 반이 여잔데 임마."

"군대갔다온 새끼가 채갔어..."

"... 아.. 나중에 같이 휴가 나가면 그 놈 얼굴 좀 보자."

"... 근데 더 열받는게 뭔지 알아?"

"뭔데?"

"내가 내 여자친구 뺏어간 그 X같은 새끼까지 지켜주는 군인이라는게 제일 열받아..."


군대에 오기 전에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군에 있는 동안에는 나라를 지킨다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이 형성된다. 또 그것이 일정부분은 힘든 일과를 견뎌내게 해주는 힘이 된다.

맞다. 군대는 "폭력을 통제하는" 곳이며 폭력을 가르치는 곳이다. 

(전술 무장 구보)

그러나 요는, 이러한 폭력이 상시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있으며, 전세계 의무병제 국가중 유일하게 군필남성의 총기자유화 요구가 없는 외국인 관점에서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의 군에 대하여 폭력을 양산하여 '사회적 폭력을 조장한다.'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 군대가 존재하는 것은 개인의 영달을 위함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고 존속시키기 위한 것이다.



아브라함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도 군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군대에는 민주주의가 필요하지 않다."

억압과 통제, 지휘 계통과 상급자에 대한 보고와 충성의 일상화가 우리 사회에 가지고 오는 악영향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군 스스로의 민주주의를 포기하더라도 지켜내야 할 민주주의가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물론 살인기술을 배운다. "암구어 수하에 불응하거나 저항하려는 자는 적으로 간주하고 지체없이 보고 및 사살하라." 라는 살인 지령을 받고, 총을 사용한 적의 사살 방법 및 수류탄 투척을 통한 대인 사살, 지뢰 매설과 수색, 기습특공작전, 유격전, 시가전 등 상황에 따른 적 사살 요령을 배우며 심지어는 근접전에서 칼을 이용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도 배운다. 이것들이 살인기술이 아니라는 부정은 하지 못한다. 발차기를 해도 민간인이 태권도 할때 쓰는 발차기가 아니다. 군인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다리를 부러뜨리는 법" 을 배운다.

(방독면 구보)

무시무시한 기술들이지만 이것을 "사람한테 써봐야 겠다" 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솔까말이라고 하더군요 ㅋ) 동원 예비군 차수가 끝나가는 나로써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ㅋ 총의 제원이나 유효사거리? 개나 같다줘라;; 아무것도 생각 안난다. 그저 군가 몇자락이 가끔 흥얼거려지는 것 뿐이다.

(내 동기네 부대)

그러나 나에게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건빵 한조각 나눠먹던 동기들과의 전우애와 다쳤을 때 걱정해준 선후임들의 근심어린 눈빛과 체육대회때 선수로 출전했던 것이 생각나고, 밤에 전우와 몰래 나누어 먹은 맛스타 한모금이 생각날 뿐이다.

훈련 나가 산속에서 익힌 "먹어도 되는 풀" 의 종류가 생각날 지언정 "어디에 총을 쏴야 손쉽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가" 는 기억나지 않는다.
.

(가운데 마이다스)


그러니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이들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지나친 염려를 할 필요도 없고, 혹 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일부 여성들은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군대에 대한 안좋은 기억, 나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죽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하였고, 한 사람이 훈련중 불구가 되는 것도 목격했으며, 내 동기는 공수 훈련중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군대 오기 전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자기가 왜 여기있는지, 자기가 어떻게 눈깜짝할 사이에 상병이 되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 들어 그래도 군대있을 때가 간혹 그립고, '그때 그사람들'과 소주한잔 하면서 "대체 그때 왜그랬는지?" 도 묻고 싶다. (XX님, 내가 왜 그렇게 싫으셨는지 알고싶습니다?)



군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사람의 소중함" 이었다. 그러니 군대 갔다왔다고 뭐 해달라고 조를 일도 아니고, 여성분들도 소주한잔에 군대 추억을 안주삼는 남성들을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사람 남았으니 된거 아닌가? (조금만 뭐라고 해주세요 ㅋ 뭐라고 안하면 이 작자들 밤샙니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이제 군입대를 앞둔 동생님들에게 싸제 형으로써 한마디 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군대가는 동생님들에게...

두렵고, 괴롭고, 힘들다는거 압니다. 살아오면서 부모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는 분들은 더 하겠지요.

단 하나만 잊으십시오. "나는 사람이다." 라는 알량한 자존심. 그것 하나만 버리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한마리 호랑이다." 라고 생각하십시오. 딱 2년만.

낭떨어지에 떨어져 목숨을 걸고 기어오르는 호랑이 새끼처럼, 2년만 짐승처럼 버텨주세요.

그러면 멀지 않은 날. 전역증을 받아 들고 고향의 부모님께 큰절 올리는 그날부터..

당신은 당신 생애에서 잊을 수 없는 전설을 하나 만들고 오는게 되는 겁니다.

"내가 이나라를 지켰다." 라는 자부심 말이지요.

이것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장희민씨 사례 처럼이요. 

그때 웃으며 넘겨주세요. 거기에 일일히 화내고 다투지 않아도 당신의 전역증이 당신을 기억하고 있으며,

함께했던 동기, 선 후임들이 당신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병역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기자들은 "병역 특례"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합니다.

어째서 당연한 의무인 병역을 하지 않는 것이 "특례"가 될 수 있습니까?

동생님들. 기억하세요.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이 특례가 아닙니다. 군대를 가는 것이야 말로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진짜 '특례' 입니다."


(저는 근육질의 운동선수도 못간 군대를 다녀온 "최강의 육체" 를 가지고 있습죠 ㅋㅋㅋ)

마지막으로 부탁입니다.

절대로 "자살"을 한다거나 다치지 마세요... 

제가 신병으로 연대장께 신고를 하러 갔을 때 연대장님이 동기들 손을 일일히 잡아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절대로 다치거나 죽지 마라. 명령이다."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군요. 다치거나 죽지 마십시오.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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