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력전"을 아십니까? 제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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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시절.. 부르던 싸가입니다...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청춘이 동작그만을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ㅠㅠ

아무튼.. 기대하고 계시는 독자님이 계실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독촉이 날아왔네요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ㅎ


총력전 시합 당일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단체육대회날은.. 사단이 들썩들썩 하는 축제의 날입니다.
겉으로는 체육대회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각 부대의 전투력을 비교하는 날이기에..
사단의 전 간부가 긴장을 타는 날이죠..

(사단체육대회입니다. 기마전인데...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입니다... 저희는 저런거 찍을 여유가 없었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먹으로 치는것, 발로 차는것, 모두 허용됩니다. 부상자가 많이 나오는 경기죠.)

저로써는... 한달간 짐승같이 먹어대며;;; 했던 훈련의 성과를 볼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본 교관이 생각했을 때... 너희들은 최고다. 마징가 제트도 끌고 올 수 있다.
가라, 가서 개끌고 오듯, 끌고 와라. 조국은 '잔인한' 해병을 원한다."

뭔가... 웃길려고 하는것 같지만;; 진지한 교관님의 최후 명령을 받았습니다.

"개끌고 오듯 끌고 와라."

그분의 최후 명령...

"와아아~!!!"
사단 전투연병장이 들썩 거리는 엄청난 함성과 인파 속에서...
요원들의 얼굴은 굳어갔습니다.

겁이나서? 아닙니다. 힘들어서? 아닙니다.
아가씨들도 와서 구경해서? 아...... 닐껍니다...

지난 한달간... 추라이에 토할만큼 수북이 쌓인 '밥더미'와, 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흘렸던 땀...
트럭 타이어에 사람을 앉혀놓고 달려가던 기억... 괴성을 지르며... 가파른 산 길을 뛰어다니던 기억..
그리고 옆에있는... 동료 전우와... 밤에 했던 이야기들...

그런 경험 처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지나가더군요...


(이것도.. 저희 사진은 아닙니다... 분명히 저희 사진도 있었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

교관이 깃발을 통해 지휘를 하면, 미리 정해진 구분동작이 철저히 이루어 집니다.
말년이라 늦고.. 이런거.. 여기서는 짤없습니다.

(말년 꾀부리면 연대장님이 죽일껍니다 ㅠㅠ)

여하튼... 첫번째 대결은... 특정 연대라고는 말 못하지만.. 여튼 보병연대와의 대결이었습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포병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큽니다. 거기다가.. 힘쓰는 일인지라..
애초에 들어올때부터.. 덩치큰 사람만 들어오죠..

(제 키가 178인데... 중대에서 운전병 빼고는 제가 제일 작았습니다.)

그러니... 압도적으로 저희가 유리하지요..
제일 덩치 큰 녀석은.. 키 190 정도에.. 몸무게가 120킬로 이상나가는 괴물이었죠 ㅎㅎ
(물론.. 총력전 기간에 엄청 찌운겁니다. ㅎㅎ 저도 한달만에... 100킬로를 찍었죠 ㅎㅎ 간식먹고 재우고,
닭고기 먹고 재우고.. 요렇게 합니다. 살찌고 싶으신 분들.. 한번 해보셔요.. ㅎㅎ)


왼쪽 구석탱이에 제가 있네요 ㅎㅎㅎ 신기하죠.. 요런 상태에서도 "자기"는 알아보니 말이에요 ㅎㅎ
앞에는 "담당관"이자 "교관"님입니다.. 작전확인을 하는 시간이었지요.. ㅎㅎ

첫 경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가볍더군요.
그냥 끌고 왔습니다. 득의만면.. ㅎㅎ
(총력전은... 손으로 줄을 잡지 않습니다.. 옷으로 줄을 감은 후... 옷을 잡지요..)

모든 함성은 저희의 것이였죠.. 부대는 난리가 나고.. 연대장님도 희색이 비치시더군요.
"이겼다."

솔직히 너무 쉬워서... 허탈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저희 사단은.. 각 연대별로 연대를 상징하는 동물이 있는데..
저희 연대는 "불사조 연대" 였습니다. 야간에 포를 사격하다 보면... 가끔..
불꽃이.. "불사조"처럼 빛나는 데에서 모티브를 얻었지요...

응원전도 볼만 합니다. 상대방은 우리 편을 보고 이렇게 외칩니다. "참새구이 먹으러 가자!"
그러면 이에 지지 않고 우리는 이렇게 외치죠.. "멧돼지 그슬르러 나간다!!"

이어지는 두번째 경기, 응원전에서 우리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상대방 연대에서는..
"아가씨" 를 동원합니다... 젊은 아가씨가 동원되자... 우리의 응원은 무참히 무너지고...
중대장들의 분노에도... 몇몇 병장들은;;; 상대편으로 가서... 아가씨 옆에 서있었다고 하더군요 ㅡㅡ;;

어쨌거나... 두번째 경기... 상대방도 대비를 많이 했는지...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번 이기고 한번 지는 박빙의 승부...
담당관님은... "필살기" 의 사용을 명령합니다.

"렙탄일발 장전!!"

렙탄이란.. 로켓 보조탄으로... 포 사격시 포탄에 로켓이 장착된 탄을 쏨으로써..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실제로 "포병의 필살기" 이죠...

"렙탄일발!! 장~ 전!!"
모두 일제히 외치며... 주저 앉습니다..

이렇게 주저앉으면.. 아무리 센 상대라도.. 쉽게 끌고가지는 못합니다.

"발사!"

"발~~사!"
주저앉았던 요원들은.. 허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뒤로 몸을 한 채... 일어납니다.

렙탄 3발 연발로 사격했을 경우... 달리는 전차도 끌고온 적이 있죠..

그만큼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상대방은... 당황을 했는지... 끌려왔습니다...
(이런 필살기.. 공개하면.. 우리 후배 포병들이 걱정되지만 ㅎㅎ 뭐 잘하리라 믿습니다.)


처음의 팽팽함을 잃은채 압도적으로... 말이죠. ㅎ

승리의 시간... 오전의 두 경기 모두... 압도적으로 승리했습니다.

"제 악 구호붙여 가!"

"악이야!! 악이야!! 악이야!! 악이야!! 악악악!! 악악악악!!!! 죽여~~~~~~~~"

'악' 이라는 글자에 맞추어 걸으며... 우리는 개선장군처럼 귀환했습니다..

오후의 경기... 결승전입니다. 저것만 이기면... 휴가다... 라는 생각으로... 애들은 눈빛이 빛나더군요 ㅎㅎ

저는... 휴가고 나발이고... 휴가 나갈 틈도 없이 전역이었지만요 ㅎㅎㅎ

배불리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총원집합"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담당관님이었습니다.

"한 경기만 이기면. 끝난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우리는 지금...
첫경기를 하러 가는것 뿐이다. 보병 땅개 새끼들한테 지면..

포병의 수치다.. 적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게 누구냐?"

"포병 총력전!!!!"

"아가씨들이 가장 좋아하는게!!! 누구냐!!!"

"포병 총력전!!!"

"우리가!! 우리가 누구냐!!!"

"포병 총력전!!!"

"모조리 죽여라!!"

"와아!!!!"

다시금... 전의가 불타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포병총력전"입니다...
기나긴 해병대의 역사에서.. 총력전이라면.. 최강으로 군림해 오던 절대 강자이며..
1사단 출신 해병 누구에게나 물어봐도.. 총력전 이라고 하면.. "아~ 포병?" 할 정도이죠..


.. 앞에 머리긴(?) 사람은.. 간부인것 같군요... 우리 애들은 전부 아싸돌격으로..
돌격머리를 쳤었으니까요..


돌격머리란?
상륙 돌격형 머리를 뜻합니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옆머리를 바싹 밀고... 윗머리는... 물에서 건져내기 쉽게 조금 남겨둔 머리죠..

월남전 당시 선배님들의 "아싸돌격" 입니다..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돌격을 올려서 치는 경우도 있지요..

아무튼... 요즘은 저렇게 선배님들 처럼 "아싸로 치는 경우"는 없고... 위에 대원들 사진 정도 올리면.. "아싸" 라고 부릅니다.

어쨌건... 고대하던 결승전....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이번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줄잡아!"

줄을 잡으면 상대를 가늠할 수 있죠...
"묵직"

지금까지와 다르게.. 묵직했습니다... 이상했죠.....

'얘들이 이렇게.. 쎈가?'

싶었습니다... 여하튼... 최선을 다했고... 최고라고 자부했기에... 붙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줄은 팽팽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희가 조금 밀렸습니다....

"렙탄 1발 장전!!"

"장~전!"

그런데... 뭔가...앉으려는데... 갑자기 훅~ 땡겨지더군요....

"탕!" 총소리가 났습니다..... 졌습니다....

우리가.... 졌죠....

충격에... 한참동안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아무튼... 망연자실한 저희에게... 연대장님이 참모진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포병'이 총력전에서.. 졌으니까요...
저는 괜찮지만.. 애들이 출타정지를 당할까봐... 걱정되더군요..

"총원... 4박 5일. 수고했다."

그러더니.. 연대장님이.. 막걸리를 한잔씩 나누어 주시더군요.

"우리가 졌지만... 그것이 우리가 최고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본 연대장은...
자네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미안하다. 연대장이 많이 도와주지 못한것 같구나"

4박 5일을 받았지만...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연대장님에 대한 존경심은 커졌죠..

담당관님은... 구석에 말없이 앉아... 담배를 태우시더군요...
제가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요원 중 최고 선임자였으니.. 저와 좀 친했거든요...

"담당관님. 괜찮으십니까?"

"... 내년에는... 우승이다."

".. 내년에는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치지 말고 전역해라."

"알겠습니다."

.. 애당초.. 저희 대대 간부가 아니셨기 때문에..

그것이 그분을 뵌 마지막이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분의 호령이 들리는듯.. 하네요 ㅎㅎ

"상대방이 마징가 제트면!! 너희가 태권브이가 되면 되는거야!!"

제 삶의 작은 추억으로... 이렇게 저의 군생활은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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