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死대강]낙동강.거짓 사진을 앞세운 그 삽을 거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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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강변을 노니는 고라니 곁으로 낯선 포크레인이 들어온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새떼가 우짖으며 날아오르고 이름모를 인부들은 바삐 삽을 움직인다. 그리고 추억처럼 그 곳에 있던 아리따운 꽃 한송이는 애처롭게 지고 만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안다. 당신은 힘들게 젊은 시절을 살아왔고 길가에 핀 들국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바쁜 삶을 살아 오르고 올라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대통령 당신이 스스로 살아오고 느끼고 있듯이 당신은 당신이 아닌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당신의 아름다움은 현대적 세련됨과 깔끔함. 서구적인 외관이라는 것을. 그러나 당신은 지금 당신의 그 '미적감각'과 '경제적 마인드'로 감히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추억에 삽질을 하고 있다.

이 쯤에서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류 / 이건청

 

거기 나무가 있었네.

노을 속엔 언제나 기러기가 살았네.

붉은 노을이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면

거기 나무를 세워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네.

쏟아져 내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네.

발뒤축을 들고 바라보았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희미한 하류로

머리를 두고 잠이 들었네.

나무가 아이의 잠자리를 찾아와

가슴을 다독여 주고 돌아가곤 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일만 마리 매미 소리도 그늘을 만들어 주었네.

모든 대답이 거기 있었네.

그늘은 백사장이고 시냇물이었으며

삘기풀이고 뜸부기 알이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 버렸지만

등치마저 타 버려 재가 돼 버렸지만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

스쳐가는 늦기러기 몇 마리 있으리.

귀 기울이고 다가서 보네.

까마득한 하류에 나무가 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


당신과 다른 경제감각과 당신과 다른 미적감각, 당신과 다른 추억을 삶의 작은 위안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거기 있던 나무 한 그루, 한떨기 이름 없는 들풀이 당신이 생각하는 '값진것'보다 값진 것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당신은 낙동강이 죽었다고 말한다.


(청와대 4대강 홍보영상)

이런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과 다른 '값진것'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서 이런 사진을 찍었다.

(저작권 : 오마이뉴스 최병성 기자)

당신은 그 고목에서 '공사꺼리'를 찾았겠지만 우리는 그 고목에서 운치와 추억을 찾는다.

(참고 기사 : http://news.nate.com/view/20100711n09540?mid=n1101)

오래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메리카에 막 서양인들이 들어올 무렵의 이야기이다. 한 인디언 소녀가 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소녀의 어머니가 딸을 꾸지라더란다. 이를 본 서양인이 의아해 하고 있는데 그 어머니가 딸에게 이렇게 말하더란다.
"얘야, 산을 향해 손가락질 하지 마라. 그건 무례한 짓이란다."

 우리가 인디언과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낙동강 제 1 비경인 경천대에서 고목 한그루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이 강은 죽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으로도 자연에 대한 '무례'가 아닐까?

 저 강이 죽었는가? 위의 기사 링크에 가보면 저기에서 뛰노는 고라니가 찍힌 사진도 있다. 낙동강에 수천년 퇴적이 만든 비경이 사라지고 한강모양 콘크리트에 싸인다면 그곳에 노루가 뛰어 놀겠는가?

당신은 감히! 수 억년 동안 자연이 빚어낸 기적에 고작해야 100년도 되지 않았을 인간의 '토목기술' 로 도전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수 많은 황제들이 도전하였고 단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자연보다 위대한 피조물을 만들라"라는 명령에 당신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인공분수 옆에서 프로포즈하는 연인의 모습이 경천대 비경을 배경으로 한 연인의 사랑고백보다 아름답지는 않을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다시한번 말한다. 지금 당신이 싸우려고 하는 것은 수 억년을 전설같이 흘러온 "낙동강의 역사" 와 "우리와 우리 조상네들의 추억" 이다.

부디, 그 삽을 거두라.

2010년 7월 12일 마이다스.


낙동강은? ↓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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