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살해기도 공작원 검거] 살인기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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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황장엽의 목을 따라." 북한이 그들에게 내린 명령이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 암살요원 동명관(36세)와 김명호씨(36세)에게 명령이 떨어지기 몇 일 전,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배운 "킬러" 동명관씨는 딸 아이에게 난생 처음으로 예쁜 옷 한벌과 인형 하나를 사주었다고 한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맞았다. 그 둘은 체포되었고, 법원은 그들에게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언도했다. 또 "체포는 반역"이라는 북한 정찰총국의 생각에 따라 그는 이제 10년의 수감생활을 채워도 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는 중에 그들은 "그거(컵라면) 나도 한번 줘보세요"라고 하는가 하면 티브이에 나오는 한국 걸그룹 멤버의 이름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무'와 관련된 이야기나 김정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우리가 아는 "공작원"으로 돌아갔다. 또 지금이라도 풀려나면 '임무'를 완수하겠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픈 기사였다. 분단이라는 현실이 없었다면 그들은 그런 살인 기술을 배울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어쩌면 우리와 형님 동생으로 지낼 수도 있었을,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에게도 감정이 있었으며 눈물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딸이 있었다.

 "북파 공작원"이라고 하면 우리는 의례 감정도 없고 자식 따위는 더더욱 없는 그야말로 '기계'를 떠올리지 않았는가. 왜 총을 드는가? 필자도 군에서 반공교육을 받았고 그들의 위험함과 더불어 그들의 전투기법과 체포시 주의 요령 따위를 숙지했다. 그들도 '사람'이라는 전제는 없었다. 그들에게 우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아국을 노리는 적에 대한 일정한 경계심은 필요하다. 그들은 언제고, 어디서고, 무슨짓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그들 자체에 대해 미워해서는 안된다.

얼마 전에 본 영화 '포화속으로'에서 이런 귀절이 나온다.
"저는 빨갱이들은 뿔이 난 괴물들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놀랍게도 상처받은 그들은 우리들과 똑같이 어머니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풀어줘서는 안된다. 그들 말처럼 '교육받은 대로'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그들 안에 있는 피가 결국 우리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족과 국가를 떠나 인간이 인간에게 품는 연민인 것이다.
 
 한 검찰관계자는 그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감정을 가진 터미네이터" 그렇다. 그들은 감정이 있을 지언정 살인 무기이다. 하지만 북의 높은 이들도, 어쩌면 남의 높은 분들도 잊지 마시길 바란다. "어떤 인간도 어떤 이념의 총알따위가 아니다."

 

누구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누구의 2인자가 되기에는, 세계의 어느 왕국의 쓸만한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고귀하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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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도구가 되는 사회에서 한국을 향해 북한과 정찰총국에 의해 쏘여진 두 발의 '오발탄'은 빗나갔지만 우리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꿈에 다섯 살배기 딸이 나타났습니다. 자기를 버려두고 간 아버지를 평생 원망하겠다고 합디다."

-'살인 기계'로 교육받은 김명호 씨가 조사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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