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대한민국의 외교망신

반응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내겠다던 한국정부가 의장성명으로 한보 후퇴한데 이어 7월 8일(현지시간) 오후에 유엔 안보리에서 합의한 의장성명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 당초 우리 정부가 주장한 바 '북한의 책임'이라는 내용이 빠져 외교적으로 큰 망신을 당한것이 아닌가 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유엔안보리 P5+2간에 합의된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 전문의 외교부 비공식 번역문이다.

천안함 사태 안보리 의장성명 합의문안(7.8)
 
1. 안보리는 2010년 6월4일자 대한민국(한국) 주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 및 2010년 8월 8일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한다(note).

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개탄한다(deplore).

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incident)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하며(deplore),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대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번 사건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in view of) 깊은 우려표명한다(express the Security Council's deep concern).

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7. 결론적으로(therefore),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한다(condemn).

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underscore).

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stress).

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

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안보리가 현지시간 7월 8일 오후 발표한 의장성명 초안에는 북한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빠지는 한편 "이번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북한측 의견과 '여타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라는 내용이 들어가고 오히려 한국 정부에 대하여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라'라는 권고를 적시하여 사실상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 합의문이 묘한 이유는 '공격'이라는 점에 유엔이 동의한 반면 '공격자'에 대한 명시가 없다는 것이다. 제 5항에 보면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in view of) 깊은 우려'
라고만 되어 있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유엔 차원에서의 어떠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음을 완곡한 표현으로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초 우리 정부의 목표가 북한의 사과 요구와 유엔 차원의 제재였음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성과는 완벽한 실패로 판단할 수 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우리 정부의 목표는 북한을 적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었는데 독립적인 결의안이 아니라 의장성명이 나왔다"며 "그 의장성명도 북한은 적시되지 않았고 사과요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이번 의장성명 초안은 우리 정부의 완벽한 외교적 실패"라고 강조했다.


 많은 수의 전문가들이 우리 정부의 천안함외교를 사실상 실패, 또는 망신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정부가 내세운 증거의 설득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다. 국내적으로도 천안함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하여 정부가 무리하게 밖으로 문제를 끌고 나간 데다가 기대수준도 무척 높은 수준의 제재였기 때문에 이러한 외교망신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이와 같은 의장성명으로 지지부진하던 '천안함 외교'도 이제 끝이 났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망신살이 뻗칠대로 뻗쳤는데 여기에 중언부언 말을 더하여 봤자 국제적 질타만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의견이 사실상 묵살되고 오히려 '권고'까지 받았으니 우리의 국격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천안함 외교는 지나친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이제 외교적인 논쟁은 끝났으니 이와 관련된 당국자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정부 또한 의심할 수 없는 정확한 조사로 이 사태와 관련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영전에 제대로 된 꽃다발을 바쳐야 하지 않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