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꽃, 국화. 그리고 황소의 시 [과거에 떨어진 후 국화에게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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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
소국 by spike.itsme 저작자 표시비영리



황후花
감독 장예모 (2006 / 중국,홍콩)
출연 주윤발,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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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에서 공리는 국화가 수놓인 옷을 반란 후 살려 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노오란 국화가 나타나지요.

반란이 실패로 끝났을 때 그 국화는 피로 젖고, 반란을 막아낸 황제는 새로운 국화로 그곳을 채웁니다.

영화에서 노란 국화는 말 그대로 "반란" 그 자체를 의미하고 있지요. 노란 국화 위로 튀기는 피들은 반란의 실패를 아련히 보여줍니다.

 

동영상 중에서도 국화가 확인되지요?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노란 국화를 "반란의 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황소의 시 "부제후부국-과거에 낙방한 후 국화에 부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다려라 9월 8일 가을이 오길
내 꽃이 피고 난 뒤엔 온갖 꽃이 지고 말아
하늘을 찌르는 꽃향기 장안성에 스미면
성 안의 모든 이들 황금의 갑옷을 두르리라.

待到秋來九月八   대도추래구월팔
我花開後百花殺   아화개후백화살
衝天香陣透長安   충천향진투장안
滿城盡帶黃金鉀    만성진대황금갑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황소가 과거에 낙방하고 "천하를 손에 쥐겠다"라고 맹세하며 지은 시입니다.
"내 꽃이 피고 난 뒤엔 온갖 꽃이 지고 말아" 라는 부분에서 반역을 하겠다는 살기등등한 그의 의지가 바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황소는 반란을 일으켰고 당나라 황제를 내 쫓고 그의 시처럼 장안성을 "국화향기"로 덮어버립니다. 황금의 갑옷이란 그의 성씨인 黃에서 나온 것으로 그는 황금빛을 자신과 자신의 반역에 상징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영화 "황후화"또한 이러한 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황소의 난을 연상시키는 "노란 국화"를 사용함으로써 중국인들의 감성에 "반역"을 예상하도록 호소한 것입니다.

COEX 국화 축제
COEX 국화 축제 by Jinho.Jun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게다가 국화는 다른 꽃들이 '지고' 난 뒤에 피는 꽃이라 반역과 역모, 세상을 독차지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상징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황소의 난


그러나 "천하를 손에 쥐겠다"라는 욕망만 가진 그가 황제가 되었을 때 어진 정치를 할 리가 없었겠지요. 옛말에도 "돈과 권력은 물과 같아서 쥐려고 하면 할 수록 빠져나간다"라고 하잖아요. 결과적으로 거대한 당 왕조를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그 자신도 불과 3년만에 다시 관군에 쫓기어 자결함으로써 '세상 꼭대기'로부터 내려오게 됩니다.

중국 역사에서도 전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농민반란을 성공시켰지만 그에게는 '대의'가 없었고 천하를 손에 넣었지만 '천하의 마음'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낙방한 후 국화에 부치다'를 통하여 권력을 획득하려는 자는 단순히 '욕망' 만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닿게 됩니다. 그 손에 천하를 쥐려 하는 자는 모름지기 천하의 백성에게 먼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천하를 잃은 자라도 백성의 마음이 그와 함께한다면 천하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교훈입니다.

오늘의 '정치꾼'들을 보며 그들이 과연 '천하의 그릇'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역사로 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는 그것을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는다." 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칼로 천하를 가지겠다 생각하였던 황색 국화의 꿈은 비참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의 정치인들이 이러한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면 그것을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2010년 7월15일 마이다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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